정부와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경쟁 파고에 맞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반도체협회는 올해 반도체 산업계에 56조원 이상의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히고, 정부는 반도체 전문 교육과정을 신설해 올해부터 해마다 12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반도체 투자 지원기구를 상설화해 규제 완화에도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참석한 ‘반도체 투자활성화 간담회’를 열어 반도체산업 공급망 강화와 경쟁력 혁신을 위한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기업들의 경영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 사항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 기업 간 공급망 재편과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지정학 리스크, 원자재 가격 상승,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등으로 반도체 공급망 충격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환경 변화에 경각심을 가지고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반도체협회는 산업계의 투자계획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56조 7000억 원 규모의 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올해 반도체 투자계획 가운데 소부장 및 후공정 분야 중소·중견 기업은 1조 8000억원, 팹리스·전력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 중소·중견 기업은 약 1조 3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간담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어 인력, 시설투자, 연구개발 등에 관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다
이정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수한 전문인력이 꼭 필요하다”며 대학의 학생·교수 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반도체 고급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해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인프라, 자금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 회장은 또 “반도체 기술전쟁은 반년의 격차가 승패를 가르는 속도전인데 반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3년 후에 지원하게 될 경우, 해외 경쟁기업은 이미 한참 앞서가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재 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규정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실효성 있게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문승욱 장관은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수출, 글로벌 1위 기업을 만들어 낸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며 반도체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 전쟁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제안보 자산”이라며 “최근 유가 상승 등 일시적 요인으로 1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수출이 역대 최고의 호조세를 이어나간 배경에도 반도체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요국의 연쇄적 공급 차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등 반도체 산업의 난관을 민·관이 합심해서 헤쳐왔듯이,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유지와 공급망 강화를 위해 앞으로도 정부·산업계가 손을 잡고 함께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도체 업계의 투자 및 인력 관련 제안사항에 관해 문 장관은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 5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에 이어, 올해도 56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며 고용 창출, 생태계와 공급망 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장관은 이를 위해 “전기·용수·테스트베드 등 반도체 특화단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과감한 대응 투자를 지원하고 관계부처, 지자체가 참여하는 반도체 투자지원기구를 상설화해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적극적으로 풀겠다”고 강조했다.
우수 인력 양성에 대해서는 “올해까지 700여명의 반도체 관련 대학 정원을 늘리고, 올해에는 반도체 전문 교육과정을 신설해 매년 1200명의 전문인력을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이와 함께 “반도체 기술 경쟁의 핵심인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위해서 AI반도체, 전력반도체, 첨단소부장, 패키징 등 주요 분야별로 전문화된 반도체대학원을 지정하고 10년 이상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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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