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용사 사진으로 담아 영원히 기억”

[인터뷰]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는교’ 사진전 연 박희진 교수

부산 도시철도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수영역 문화매개공간 쌈 갤러리에서 특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제목부터 부산 내음 물씬 풍기는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는교’라는 전시의 사진 속 주인공들은 모두 6·25참전용사다. 사진전의 기획, 촬영,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정성어린 손길로 만든 박희진(59) 부산보건대 교수를 만났다.


▲ 지난달 17일 부산 수영역 쌈 갤러리에서 열린 ‘내가 겪은 6·25, 그리고 70년의 세월’ 대담회 모습. (사진=나라사랑신문)


▲ 6·25참전유공자 사진전 연 박희진 교수. (사진=나라사랑신문)

“3년 전 부산역 대합실에서 새벽기차를 기다리는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가슴에 단 훈장에 대해 여쭤보니 6·25참전유공자라고 알려주셨죠. 세월이 오래 흘러 금박이 벗겨진 훈장과 아흔에 가까운 연세에도 정정하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졌습니다.”


박희진 교수는 부산보건대 사회복지과 교수이지만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90여 회의 단체전과 1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1996년부터 28년째 매년 형편이 어려운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한 영정사진 봉사를 해왔다. 최근까지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한 후, 사비를 들여 액자로 제작해 2700여 명이 넘는 분들에게 전달해 드렸다.


어르신들과의 촬영이 일상이던 박 교수에게 그날의 우연한 만남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의 작업에 ‘참전용사’가 중요한 장으로 새겨진 것이다.


“곧바로 6·25참전용사를 기억하는 사진전을 기획했지만 코로나19로 올해 3월 말에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우리 일상 속에 6·25참전용사들이 계신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 전시작품. (사진=박희진 교수)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면 실물보다 훨씬 크게 인화된 참전용사들의 모습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근엄한 표정부터 활짝 웃는 모습까지 표정도 자세도 저마다 다르다. 배경은 박 교수의 의도대로 시장이나 길거리, 공원 등 평범한 일상생활 속 공간을 그대로 녹였다.


“촬영하면서 만났던 한 분이 손자가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공룡아입니까, 곧 사라질…’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분들이 잊히지 않도록 애 써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전시의 제목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는교’도 박 교수가 촬영 중 실제로 들은 말이다. 그 말에 착안해, 많은 사람들이 6·25참전용사에 대해 ‘알아주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사진전에 담았다. 이번 사진전에는 70여 명의 참전용사의 사진과 함께 자필 기록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전시작품. (사진=박희진 교수)

“제가 하는 활동이 어쩌면 6·25참전용사 분들에 대한 소중한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짧게 한마디씩을 부탁드렸습니다. 휴전 소식을 들었을 때의 상황과 감정에 대해 여쭙고, 그 육성을 녹음하고, 자필로도 부탁드렸습니다.”


또 박 교수는 지난달 17일 6·25참전용사 네 분을 전시장으로 초청, ‘내가 겪은 6·25, 그리고 70년의 세월’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한 후 이를 개인 유튜브 채널 ‘박희진TV’를 통해 생중계했다. 그의 활동영역은 영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 교수는 벌써 다음 사진전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을 하시는 6·25참전용사가 900여 명 정도 계신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그분들의 모습을 담아 내년에도 사진전을 열 계획입니다.”


▲ 전시작품. (사진=박희진 교수)

지난달 13일 시작된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됐다. 세월의 깊이가 전해지는 6·25참전용사들의 눈빛은 전철역을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우리 일상 속 6·25참전유공자의 존재를 알리고, 기억되게 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더욱 확산된 날들이었다.


※ 위 기사는 ‘나라사랑신문’에서 발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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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