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인권센터가 병가 중인 직원에게 출근을 종용하거나, 노사협의회 활동에 대한 부정적 발언으로 노동자위원의 활동을 위축시킨 경기도 A공공기관 B팀장의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해당 기관장과 경기도에 시정을 권고했다.
14일 경기도 인권센터에 따르면 신청인은 경기도 A공공기관의 노동조합 분회장으로 피해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지난 9월 28일 경기도 인권센터에 구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권센터는 신분 노출 등을 이유로 조사를 원하지 않은 직원들을 제외한 피해자 7명과 피신청인을 직접 조사한 결과 ▲내부 지침을 위반한 권한 행사 ▲산업재해로 요양 중인 직원에 대한 병가 불승인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에 대한 부정적 발언 행위를 확인했다.
피해자 C씨는 병가 사용을 위해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B팀장은 병원 방문일을 확인할 수 없다며 결재하지 않았고, C씨는 통원확인서 발급을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했다. A공공기관 내부 기준상 일회성 병가 사용 시 진단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지만 B팀장은 이를 무시했다.
또한 B팀장은 산업재해로 자택에서 요양하던 중 다시 부상을 입은 또 다른 피해자 D씨에게 전화해 더 이상의 병가 승인은 어렵다고 통보하며 출근을 종용하기도 했다.
인권센터는 기관장의 결재를 받은 내부 규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팀장 권한이라는 이유로 병가를 승인하지 않은 행위는 과도한 권한 행사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인 피해자 E씨는 노사협의회 정기회의 참석을 위해 출장 신청을 했는데 B팀장은 이를 결재하며 “바쁜데 왜 직원을 불러내는 거냐”라고 말했다. 회의 당일에는 E씨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갔다 시간을 버려 여기에서 일은 하나도 못 본다”, “중간에 시간이 남는 거는 어떻게 하실 거냐” 등의 발언을 했다.
인권센터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바쁜데 왜 직원을 불러내는 거냐”라는 발언을 한 것은 협의 당사자인 E씨에게 위축감을 줄 수 있고, 이미 결재가 끝난 뒤 전화를 걸어 한 발언들은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들에 대한 평가절하로 비춰질 수 있다고 봤다.
경기도 인권보호관 회의에서는 도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피신청인이 공무직이거나 2년 미만 신규직원인 피해자들에 비해 직위에 있어 사실상 우위에 있고, 이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피해자들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었기에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규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도 인권센터는 해당 기관장에게 피신청인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 피해자의 피해 회복 조치,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적정한 업무분장 및 권한 범위의 명문화를 권고했다. 경기도에는 해당 권고사항의 이행에 대한 지도․감독, 직장 내 괴롭힘 처리 제도 점검을 권고했다.
또한 A공공기관이 보상휴가 제도를 운영하면서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점, 임금상 손해(수당은 1.5배 지급, 보상휴가는 1배 부여)와 그 위반의 효력 등은 노사 간 합의나 고용노동부의 판단과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이번 인권보호관의 결정은 도 공공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도 공공기관이 직장 내 괴롭힘 처리 제도나 인권 경영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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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