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 공공비축용 쌀 매입량을 이전보다 10만톤 더 늘린 45만톤 매입한다.
또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와 불필요한 식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2023년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등 먹거리 기본권 강화에도 나선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 먹거리 종합전략인 ‘국가식량계획’을 16일 발표했다.
‘국가식량계획’은 단순히 먹거리의 생산과 공급뿐만 아니라 환경·건강·안전 등 먹거리와 관련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다.
지난 3월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관계부처, 이해 관계자,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이날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확정됐다.
최근 들어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차질 등으로 인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또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생산·소비, 소득 계층 간 영양·건강 불균형 해소 등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요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식량계획은 이러한 국내외적 여건에 맞춰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먹거리 생산·소비 ▲취약계층 먹거리 접근성 강화를 3대 중점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다.
◆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체계 구축
먼저 재난·재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유사시에도 국민에게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쌀·밀·콩 등 주요 식량작물 중심으로 공공비축 매입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쌀의 경우 최근까지 해마다 35만톤을 매입해왔으나 내년에는 10만톤을 추가해 45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2005년 공공비축제가 시작된 이후 매입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주식인 쌀에 대해 비상시 정부의 공급 여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쌀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밀·콩의 자급률도 2025년까지 각각 5%, 33%까지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밀·콩 전문 생산단지, 콩 종합처리장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산 밀·콩 대량 수요처를 발굴할 계획이다.
기업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도 지원해 국제 곡물시장 변동에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주요 곡물을 국내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의 푸드플랜 수립을 확대하고 성장단계별로 지원해 국가 전체 자급률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 자급력도 제고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 지역 푸드플랜 수립에 필요한 조사·연구와 전담 FD(Family Doctor)를 지원해 지역 특성에 맞는 푸드플랜을 수립한다.
지역별로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설립, 공동 가공·판매를 지원하고 공공급식 중심으로 로컬푸드 소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확대
정부는 농어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줄여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친환경농업집적지구를 2025년까지 72곳을 새로 육성하고 가축분뇨로 생산한 비료·전기 등을 농업에 활용하는 지역단위 경축순환 모델을 개발한다.
수산 분야는 친환경 양식 인증직불, 스티로폼 부표 신규설치 금지, 친환경 배합사료 사용 의무화 등으로 환경친화적인 양식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 먹거리 소비단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식품 폐기를 줄이기 위해 2023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를 시행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소비 가능한 기한 대비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해 발생하던 음식물 손실이 연간 약 1조원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유제품 등 냉장보관기준 개선 필요 품목은 8년 이내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기후적응형 재배기술과 품종을 개발하고 기후변화 모니터링을 통한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와 함께 경종농업·축산 등 분야별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농식품분야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도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추진계획에는 화학비료 사용량을 지난해 ha당 266㎏에서 2025년 233㎏으로 낮추고 가축분뇨 정화·에너지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지열·폐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시설원예를 확대하고 전기용 농기계를 개발하는 등 저탄소 에너지 공급체계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 먹거리 접근성 보장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지원사업을 확대해 먹거리 기본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먹거리 기본권은 모든 국민이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최소한도의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국가에 요구하거나 자유로운 이용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다.
우리나라는 소득계층별 영양·건강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지원은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농식품 바우처,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공급,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 사업 등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식품 바우처는 올해 하반기에 본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내년에 실시할 방침이다.
또 각 부처에서 별도로 제공하고 있는 식품영양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DB를 구축해 국민의 영양정보 접근성을 강화한다.
식품영양정보 DB를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급식 식단 개발 및 영양관리, 식품 영양성분 표시, 영양성분 강화 식품 개발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농식품 안전도 빈틈없이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농산물에 도입한 농약·동물약품 등 잔류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를 2024년부터는 축산물·수산물로 확대한다.
수입농산물 증가 등을 고려해 현재 관세청과 농식품부로 분산돼 있는 수입농산물 이력관리 업무를 농식품부로 일원화해 수입농산물에 대한 안전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국가식량계획은 10년 주기로 수립하되 추진 상황 및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5년 주기로 보완할 계획이다.
국가식량계획 및 지역 푸드플랜의 원활한 수립·추진을 위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해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또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운영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가식량계획의 목표는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국가식량계획을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및 시민 사회와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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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