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난해 이어 올해 78차 유엔총회서 기조연설
연대는 격차의 타개책으로 꼽힌다. 같은 지향점을 향해 격차로 인한 갖가지 불평등을 해소해 나간다. 특히 국가 간 연대는 복잡 다양한 글로벌 위기의 극복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면서 ‘상생’을 구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세계 모든 국가들이 상생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강력히 연대해야 하며, 유엔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상생과 연대’를 키워드로, 코로나 팬데믹, 공급망 불안정,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위기 등 전례 없는 복합 위기 속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기여를 강조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도전과제로 ‘글로벌 격차 해소’를 제시하면서 크게 ▲개발 격차 ▲기후 격차 ▲디지털 격차를 꼽았다. 이번 연설에서 ‘대한민국’ 20번, ‘격차’ 13번을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격차 해소를 위한 대한민국의 보다 적극적인 기여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15번), 엑스포(14번), 평화(11번), 기후(10번), 자유(10번) 등의 키워드를 꺼냈다.
제77차 기조연설 기여 ‘의사’ → 제78차 기여 ‘의지’로 업그레이드
지난해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변환기 국제문제 해법으로 자유와 연대를 제시하고 에너지·기후·보건위기·디지털 격차 등 주요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큰 틀의 기여 ‘의사’를 밝혔다면, 올해 기조연설에서는 ‘신뢰 회복과 글로벌 연대 재촉진’이라는 제78차 총회의 주제를 바탕으로 개발·기후·디지털 등 주요 3가지 격차에 대한 대한민국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담은 기여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지구상에 아직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나라가 많다”며 개발 격차 완화를 위해 상하수도 체계, 에너지 설비, 의료보건 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 관련 재원과 기술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기조 속에서 대통령은 공적개발원조(ODA)의 과감한 확대를 선언했다. 올해 긴축 재정 기조임에도 내년 ODA 정부 예산안 규모는 40% 이상 확대되는데, 이는 2019년 대비 2배 이상의 규모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원국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스스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훈련 분야에 대한 ODA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간 경제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고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는 ‘기후 격차’를 꼽으며 기후위기 취약국들이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그린 ODA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달러를 추가 공여하는 한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에너지(CFE)를 폭넓게 활용하고 이를 기후위기 취약국들과 공유함으로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무탄소에너지에 관한 국제공동연구 등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또 “무탄소에너지 확산을 위해 전 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인 ‘CF(Carbon Free) 연합’을 결성하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CF 연합이 본격 추진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과 수소자동차, 수소연료전지의 시장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우리의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디지털 격차 해소 위한 대한민국의 선도적 역할 천명…가짜뉴스 확산 저지
이번 연설에서 ‘대한민국’ 다음으로 ‘디지털’ 단어를 15번 언급하며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대한민국의 선도적 역할도 천명했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디지털 보급과 활용이 미흡한 나라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이들이 교육, 보건, 금융 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격차 해소에 대한 일련의 지원에 이어, 디지털 윤리 규범을 논의하고 제시하기 위한 국제기구를 유엔 산하에 설치할 것도 제안했다.
대통령은 “인공지능과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유가 위협받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우리의 미래 또한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질서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구현하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쟁’, ‘북한’, ‘러시아’는 각각 8번, 3번, 2번 언급됐다.
대통령은 우선,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공약에 따라 안보·인도·재건 분야를 망라한 포괄적 지원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앞서 G20 정상회의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내년 3억 달러를 공여하고 추가로 20억달러 이상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적극 도울 것을 다시금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 모순적”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전쟁 폐허 딛고 제2의 환적항된 ‘부산’…엑스포 ‘연대의 플랫폼’ 강조
한편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인 만큼, 대통령은 ‘자유’를 10번, 연대를 7번 언급하며 대한민국 정부의 국정과 외교의 기조가 ‘자유’와 ‘연대’인 것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유엔군의 참전에 힘 입어 극적으로 자유를 지켜낼 수 있었다”며 “지난 70년간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꽃피워온 대한민국이 이제 유엔 헌장이 표방하는 대로 국제사회에 책임있게 기여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 ‘엑스포’를 14번, ‘부산’을 6번 언급하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후보지로서 부산의 강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부산은 70여년 전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자유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 도시로서,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제2의 환적항으로 발돋움한 곳이다.
대통령은 “그동안 이뤄낸 성장과 발전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널리 공유함으로써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돌려드리고자 한다”면서 부산 엑스포가 ‘연대의 플랫폼’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는 세계 각국의 역사, 문화, 상품, 그리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축제의 공간이 될 것이며 세계 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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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