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 들어선 한국 관광 홍보관 하이커그라운드가 K-팝, 미디어 아트 등 대중적인 요소를 접목한 흥미로운 콘텐츠로 국내외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다. 하이커(HiKR)는 ‘한국(KR)이 건네는 반가운 인사(Hi)’를, 그라운드는 ‘지구촌 여행자들의 놀이터(Playground)가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5개 층에 걸쳐 K-팝, 드라마, 아트, 축제 등 다양한 한국 관광 콘텐츠를 즐기고 체험하도록 기획했다. 특히 2층 케이팝그라운드는 뮤직비디오 무대장치 같은 공간에서 K-팝을 듣고, 춤추고, 사진이나 영상도 촬영할 수 있어 인기다. 하이커그라운드를 알차게 즐기려면 화~일요일 하루 두 번 진행하는 정기 도슨트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1·5층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연중무휴), 2~4층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없다.
하이커그라운드와 연계한 봄날 산책 코스도 추천한다. 하이커그라운드 앞 청계천 산책로를 걸어 덕수궁(사적)으로 향한다. 덕수궁 내 주요 전각과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1·2층 예약 필수)을 둘러보고, 도심 속 시간 여행지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이동한다.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서울의 근현대사를 체험해보자.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보듬고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친구가 돼준다. 실과 바늘처럼 여행에 음악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파주로 떠나는 여행은 조금 다르다. 파주는 여행에서 조연에 머물던 음악이 당당히 주인공이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이하 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는 음악 감상 전용 공간이다. 디지털 음원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공간에서 느끼는 감동은 디지털 음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카메라타가 파주 음악 감상실의 터줏대감이라면, 콩치노콩크리트는 떠오르는 스타다. 두 곳 모두 최상의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자랑한다. 1920~1930년대를 풍미한 미국 웨스턴일렉트릭과 독일 클랑필름의 극장용 대형 스피커가 그 주인공이다. 디지털 음원이 재현할 수 없는 날것의 매력이 많은 여행자를 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로 이끈다.
광탄면에 이등병마을이 있다. 고(故)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를 작사·작곡한 김현성의 고향에 조성한 마을로, 음악을 이야기하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보물), 마장호수출렁다리도 봄나들이 길에 함께 돌아보기 좋다.
대구 중구로 떠나는 음악 여행은 추억이 함께해 정겹다. 방천시장 옆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는 한 시대를 보듬은 뮤지션의 온기가 묻어난다. 김광석은 대봉동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다. 유년 시절 뛰놀던 골목에 그의 목소리와 미소를 빌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조성됐다. ‘기다려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등을 노랫말과 더불어 벽화로 꾸미고, 김광석의 모습과 조형물, 주옥같은 노래로 길목을 채웠다. 김광석스토리하우스에서는 그의 학창 시절 사진과 콘서트 영상, 음반을 만날 수 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연중무휴 무료 방문이 가능하며 김광석스토리하우스의 입장료는 어른 2000원, 경로·청소년 1000원이다. 동성로 하이마트음악감상실은 1957년부터 3대를 이어왔다. 클래식 동아리 회원들이 교류하던 공간으로, 복고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았다. 대형 부조와 빛바랜 LP반, 옛 오디오 장비, 신청곡을 적던 낡은 칠판이 연륜을 뽐낸다. 운영 시간은 정오~오후 9시(연중무휴), 입장료 8000원에 차와 다과를 제공한다.
대구 중구는 곳곳에 선율이 깃든다. 향촌동에 자리한 녹향은 1946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고전음악 감상실이다. 100년 세월을 간직한 도심 골목인 진골목에는 올드 팝이 흐르는 미도다방이 있다. 쎄라비음악다방 창 너머로 대구 최초 서양식 건물 계산동성당(사적)이 보인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감성을 채우는 음악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국내 최초 대중음악부터 K-팝까지 대중음악 100년 역사가 한자리에 모인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 야외 공간으로 구성된다. 2층에서는 한국 대중음악사를 시대별로 보여주고, 3층에서는 소리 예술 과학 100년 역사를 전시한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듣고 싶은 곡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 특별한 소리가 주는 감동에 다시 찾는 이가 적지 않다. 1층에는 카페 랩소디인블루와 음악감상실이 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1만 5000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8000원이다. 근처에 있는 보문정은 방탄소년단 〈화양연화 pt.1〉 앨범 재킷 촬영지로, 벚꽃이 필 때 더욱 아름답다.
경주 여행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곳이 대릉원 일원(사적)이다. 신라 시대 고분 23기가 모여 있어, 산책하다 보면 고도(古都)를 여행하는 실감이 난다. 대릉원 옆 황리단길에는 카페와 식당, 소품 가게가 이어진다. 여행 마무리는 월정교가 좋다. 밤이면 조명이 들어와 화려한 멋을 풍긴다.
통영의 봄 바다는 상냥하고 온화하다. 호수처럼 잔잔한 수면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점점이 흩어진 푸른 섬 사이를 여객선과 유람선이 오간다. 눈부신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이 펼쳐지는 통영국제음악당이 여행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올해로 21회를 맞은 2023통영국제음악제가 3월 31일~4월 9일에 열린다. 통영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음악제다. 통영국제음악당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리해 조망이 훌륭하다.
콘서트홀 로비는 공연이 없는 날에도 개방한다. 볕이 잘 드는 로비에 앉아 ‘바다 멍’을 즐기노라면 몽글몽글한 감성이 샘솟는다. 전망 좋은 브런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윤이상의 삶과 음악을 살펴보려면 윤이상기념관을 방문한다. 사진과 친필 악보, 생전에 연주하던 첼로 등을 전시하고 베를린 자택에서 사용하던 가구, 음반, 책 등을 가져와 서재와 응접실도 재현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가까운 서피랑공원도 가볼 만하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서포루에 오르면 강구안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랫동네엔 윤이상이 학교 다니던 골목도 있다. 미륵산 가는 길목 봉수골에서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전혁림미술관과 봄날의책방에도 들르자.
요즘 트로트 열풍이 뜨겁다. 한때 흘러간 가요 취급을 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성시대라 할 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영암 월출산기찬랜드 안에 자리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대중음악 대표 장르인 트로트를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1층에는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트로트의 역사를 시대별로 전시한다. 옛날 음악다방처럼 꾸민 공간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감상하거나 애창곡을 부르며 숨은 실력도 뽐낼 수 있다.
2층은 영암 출신 가수 하춘화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무대의상과 신발,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 등 60년 남짓한 노래 인생의 모든 공적이 담겨 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관람료는 어른 6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50%를 영암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 당일은 휴관한다.
가야금산조테마공원은 우리 민족 고유의 가락을 즐기는 곳이다. 소뿔과 순금으로 제작한 국내 유일한 화각 가야금도 전시한다. 영암곤충박물관은 아이들과 동행하기 좋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곤충 표본은 물론, 살아 있는 곤충과 파충류를 관찰하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벚꽃이 아름다운 왕인박사유적지도 봄나들이 코스로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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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