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우리 기업과 러시아 현지 교민, 유학생 등의 대(對)러 결제 애로사항을 신속히 파악하고, 결제 애로해소 방안을 적극 검토·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제10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겸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이에 앞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는 오는 12일부터 러시아 은행 7곳과 러시아 내 자회사를 결제망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은행 7곳과 자회사와의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달 25일부터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가동하고 금융감독원을 통해 금융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를 점검하고 있다.
이 차관은 “국내 금융회사의 대러 익스포저는 작년 말 기준 전체 해외 익스포저의 0.4%로 크지 않으며 작년 말 14억7000만달러에서 올해 2월 11억7000만달러로 감소한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주 후반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제한되고 있고 외국인 채권자금의 경우 유입세가 지속되는 등 긴장감 속에서도 충격이 크게 확산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제금융정보통신망(SWIFT) 배제 등 對러제재 강화, 군사적 충돌의 장기화 가능성 등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 미리 준비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게 시장안정조치를 가동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의 공조 체계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실물경제는 일선 현장에서 수출통제 등과 관련한 부문별 문의·애로 접수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 차관은 “접수기관별 합계가 누적 400건을 넘어서는 등 영향이 조금씩 가시화되는 조짐”이라며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이미 계약이 체결된 사료용·식용 곡물의 현지 선적·출항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수출통제·금융제재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면 수출·금융·에너지·공급망 분야 외에도 중소기업·해외건설·정보통신(ICT)·해양수산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예상하지 못한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곡물 가격 인상 등에 따른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자금 금리 인하와 함께 할당관세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별도로 발표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신규 점검 분야에 포함된 해양수산 부문에서는 수산 분야 대응 TF 중심의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 물가 및 해운 운임 변동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에 특화된 별도 피해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이 차관은 “이번주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조만간 긴급경영안정자금·특례보증·납품단가 조정 활성화 등을 포함한 중소기업 분야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차관은 지난 28일 워싱턴 D.C.의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 장관을 만나 對러제재 공조 등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내용도 전했다.
이 차관은 미국이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W)를 활용한 제3국 생산제품에 대해 역외통제(해외직접제품규칙·FDPR)를 실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면제국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기업의 대러 수출이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수출이 허용되지 않는 기술과 물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FDPR 면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수출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다만 수출 허용 여부에 대한 권한을 미국이 아닌 면제국 정부가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FDPR 적용 예외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스마트폰·완성차·세탁기는 원칙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로서 군사 관련 사용자로의 수출이 아닌 한 FDPR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무방하다고 밝혔다.
또 우리 기업의 러시아 주재 자회사(현지공장)로의 수출은 미국의 거부원칙(policy of denial)의 예외로, 사안별 심사를 통한 허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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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