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9개 정부 부처(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교육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행정안전부)는 청년정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어 9개 전담 부서는 하나의 팀으로 17건의 ‘청년 생활체감형 제도개선 과제’를 2021년 11월 발표했다. 그동안 청년의 삶에 걸림돌로 작용한 불편·부당한 제도를 여러 부처가 협업해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공감>은 전담 부서장의 목소리를 통해 부처별 세부 정책 내용을 차례로 들어본다.
고용노동부는 청년들이 더 나아진 일자리 상황을 체감할 수 있도록 2021년 대비 8000억 원이 늘어난 4조 4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했다. 청년 63만 명이 대상이다. 이지영 청년고용기획과 과장은 청년정책 전담 부서가 새로 마련된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원래 청년정책을 주요하게 다루는 부처다. 그런 면에서 앞서 추진하던 제도들을 청년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작지만 손에 잡히는 정책으로 불편한 곳을 긁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가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분야는 일방적 채용 취소에 대한 보호다. 코로나19로 청년 구직자가 채용 취소를 통보받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21년 2월 구직자 20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채용 취소 또는 연기를 통보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0.7%에 이른다. 최종 합격 후 채용이 취소됐을 땐 근로기준법상 구제절차가 있지만 증명 자료 제출이나 법리 검토 부담으로 청년들이 제도를 활용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고용부는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권리구제업무 대리지원제도에 청년전담대리인을 신설해 신청 제반 절차와 무료법률서비스를 지원키로 했다. 일종의 ‘청년 전담 국선변호사’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한은숙 중앙노동위원회 심판1과장은 “청년전담대리인은 변호사 또는 공인노무사 자격을 갖춘 법률 전문가다. 일방적 채용 취소를 겪은 뒤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면 청년전담대리인이 법률 상담에서부터 구제신청서 작성, 심문회의 진술, 당사자 화해 지원까지 일체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조언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자 차별 땐 불이익
부당해고와 관련해 청소년근로권익센터의 상담 지원도 34세까지 확대된다. 진정사건, 무료권리구제 등 청소년 근로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센터의 주 대상은 24세 이하의 청소년으로 상담에 한해 29세 이하까지 지원했으나 사회 초년생 청년의 해고, 기초노동질서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22년부터 34세까지 지원 대상을 늘렸다.
고용부는 2021년 11월 22일부터 12월 10일까지 진행된 불공정 채용 집중 점검기간에 사업장 500여 곳을 직접 방문해 직무 무관 정보수집 금지, 채용 서류 반환, 거짓 채용 광고 금지 등의 위법 사항에 대해 과태료 또는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또 채용 일정, 채용 여부 알림과 같이 청년들이 채용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이전까진 권고 사항에 그쳤던 규정들도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이부용 공정채용기반과장은 “지도 점검은 사업장이 먼저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선 자율개선 후 현장점검’을 원칙으로 한다. 법 안내 공문과 자가 진단표 등을 발송한 뒤 선별한 사업장 500여 곳을 현장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사업장의 부당 대우를 막기 위한 본격적인 손질에 들어간다. 청년내일채움공제란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청년 노동자(만 15~34세)가 5년간 720만 원(월 12만 원)을 납부하면 기업이 1200만 원(월 20만 원), 정부가 1080만 원(3년간 7회)을 지원해 5년 뒤 총 30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청년층의 긍정 평가가 높은 데 반해 가입자가 만기까지 쉽게 이직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기업에서 임금 삭감, 성과급 차등 지급,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 대우 사례가 이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2022년 상반기 중 ‘청년공제 전담 상담 창구’가 마련된다. 이병성 청년취업지원과장은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상담 사례는 많지 않았던 걸로 보아 피해 청년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파악한다”면서 “전담 상담 창구를 통해 청년들이 전문 상담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근로감독관에게 신고하거나 심리상담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등 추가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업장에서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땐 다음 연도 신규 공제 가입도 제한된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으로 정규직 전환 독려
채용연계형 인턴 활동 후에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청년들을 위한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사업도 새롭게 선보인다. 취업애로청년(6개월 이상 미취업)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우선지원대상기업 등에 월 최대 80만 원씩 최장 1년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래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인턴 등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한 뒤 3개월 이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때도 지원하도록 2022년부터 범위를 확대한다.
인턴 근무기간 동안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 체불, 수당 미지급 등 피해를 입었다면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를 방문하거나 고용부 누리집을 통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또 근로기간 동안 법 위반 사실 등에 대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 고용부 고객상담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계약기간, 근로시간, 임금, 휴일에 관한 사항 등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임금 체불 발생 시 추후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해야 한다.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밖에도 고용부는 앞으로 민관이 협업하는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와 유사한 가상 직무체험 ▲비전공 청년에게도 열려 있는 정보기술(IT) 등 신산업 분야 일경험 ▲지방고용센터 101곳과 대학일자리센터 100곳에 최신 채용 트렌드 정보 제공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이 청년 채용을 늘려갈 수 있도록 신산업 분야의 성장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더한다. 이지영 과장은 “2021년 5월 이후에만 200명이 넘는 취업준비생을 만나 고민을 들었다”라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도록 일련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위축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청년들을 응원할 수 있는 생활체감형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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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