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땐 신청 없이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2021년 8월 발표한 ‘청년특별대책’에서는 국가장학금, 고교취업연계장려금과 같이 예산 지원 확대에 초점을 뒀어요. 반면 이번 청년 생활체감형 제도 개선 방안엔 규모는 작지만 체감도가 높아 청년의 관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했죠.”

교육부는 대학 등 고등교육 관련 정책뿐만 아니라 일자리, 주거,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5개 분야 전반에 걸쳐 청년정책을 발굴했다. 청년정책팀이 꾸려진 이후엔 청년들이 일상에서 변화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김정원 청년교육일자리정책팀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대학 연합기숙사 등 현장 방문, 간담회·공청회 개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와 소통 등을 통해 청년들의 의견을 모았다.

교육부 청년정책팀은 먼저 청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대학등록금에 주목했다. 학자금 대출 체납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상환을 유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체납이 발생하면 즉시 국세청과 정보를 공유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확인, 별도의 신청 없이 국세청 직권으로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겨레)

‘대학 진로 교육 의무화’로 사회 진출 도와

“실직이나 폐업, 육아휴직 등으로 상환이 어려운 채무자는 대학생일 경우 4년, 경제적으로 곤란한 이는 2년까지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아예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더군요. 2020년 말 기준 체납자는 3만 6000명, 체납액은 427억 원이에요. 학자금 상환 특별법이 개정돼 국세청 직권으로 상환을 유예하면 신청하지 못해 체납하는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김 팀장은 이같이 설명하면서 “등록금과 관련해 대학, 학생 간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대학 내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 김 팀장은 “재난으로 말미암은 등록금 감면 논의에 학생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교육부는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에 있어 학생과 협의를 의무화하고 회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는 규정 등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사회 진출이다. 진로 고민 해소를 위해 교육부는 대학 내 진로탐색학점제, 진로지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만 지원 가능한 수준의 한정적 예산으로 학교별 진로 교육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내부 진단이다. 이에 청년정책팀은 147개 대학혁신지원비 지급 대상 학교가 진로 설계 지원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부가 2019년부터 시행한 일반재정 지원 사업으로 대학은 각자 자율혁신 계획을 수립해 과제를 운영한다. 이때 진로탐색 지원을 필수로 포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진로탐색학점제 우수 사례를 거론하며 이 같은 모델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 대학 20곳은 진로탐색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수행한 진로탐색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경성대 외식서비스경영학과 학생들은 못골골목시장상인회와 마라탕, 밀푀유나베, 샤브샤브 등 밀키트를 개발해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떨어진 소상공인을 지원했어요. 아주대에서는 건축공학·소프트웨어학과 학생들이 기숙사 에너지 최적화 프로젝트로 수업 시간대가 비슷한 학생들을 같은 방에 배정하고 재실자가 없을 땐 냉난방과 전기를 차단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했죠. 모두 전공을 살린 진로탐색을 통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한 모범 사례예요. 이처럼 학생 특성에 따라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의무화해 대학의 진로 교육을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학생 창업 지원 등 부처 간 협력이 열쇠

창업 지원은 진로지도의 또 다른 핵심축이다. 창업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대학은 창업휴학 등의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대학 창업 운영 매뉴얼’은 창업휴학 기간을 2년으로 권장하는 등 현실에선 대학생의 자유로운 창업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김 팀장은 “준비 기간과 창업 후 정상화를 위한 기간을 고려할 때 2년은 충분하지 않다. 창업휴학 2년 권장 내용은 대학이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운영하는 데도 부담이 된다”면서 관련 내용을 삭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창업 교육 거점대학을 통한 우수 사례 확산, ‘창업 유망팀 300’ 경진대회를 통한 대학 창업팀 발굴, 교원 대상 창업 지도 역량 강화 연수 등 교육부는 창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여러 갈래의 청사진(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교육부는 부처 간 협업으로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청년정책 과제별 담당부서를 두고 청년과 현장 관계자, 전문가 의견을 꾸준히 들을 계획이다.

“학자금 대출은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창업 지원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을 통해 발굴한 과제예요. 앞으로 실질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선 이들 부처와 협업이 더욱 중요해요. 또 계속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교육 분야 청년소통단도 구성할 겁니다.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 그들의 고민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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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