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뉴딜·초광역협력·상생형 일자리…지역이 경쟁력이다

국토면적 12%인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 상위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돼 있는 국내 여건은 저성장·양극화 심화, 지역 간 불균형 등과 같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인구절벽 쇼크, 지방소멸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동력으로 정부는 지역에 주목했다.

문재인정부 초기에 수립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5대 국정목표 중 하나가 바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었다. 지난 2018년 2월에는 문재인정부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담은 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을 선포했다. 이어 2019년 1월에는 비전의 실현을 위해 사람·공간·산업 3대 전략, 9대 핵심과제에 5년간 175조원을 투입, 23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국정목표로,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한 문재인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방분권을 가속화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2월 1일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국가균형발전 투자 확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의 9대 핵심과제 중 하나인 도시재생뉴딜은 2021년 9월까지 전국 198개 지자체에서 총 456곳의 사업지가 선정돼 활발히 사업이 진행 중이다. 도시재생뉴딜은 노후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을 지역 주도로 활성화하여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뉴딜(New Deal)’ 수준의 범정부적 재생정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쇠퇴한 구도심에는 창업공간 등 혁신거점을 조성해 활력을 입히고 노후 주거지는 정비하고 있다. 또 ‘도시재생 모태펀드’를 통해 자금력이 부족한 도시재생 지역의 중소벤처기업 등을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일자리 창출 성과도 내고 있다.

생활SOC는 문재인정부 대표적 정책브랜드다. 기존 SOC(사회간접자본)가 도로, 항만, 철도 등 공간·개발 중심이었다면 생활SOC는 상하수도·가스 등 기초 인프라와 문화·체육·보육·복지 등 생활 편익을 높여주는 시설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4월 ‘생활SOC 3개년 계획(2020~2022)’를 수립하고 이를 차질없이 이행 중이다. 지난달 기준, 33종의 주요 시설이 예정대로 조성 중이며 공공도서관(1259개), 생활문화센터(416개), 주거지 주차장(1만 1300면), 주민건강센터(157개) 등 12종 시설은 착수 기준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SOC 확충으로 삶의 질 제고와 함께 3년간 약 23만 5000명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2019년 1월 발표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따라 국가균형발전 차원 에서 지역별 대표 사업 23개(24조 1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했다. 극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공공투자 사업을 조기 추진하는 것이다. 선정 사업들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으며 동해선 전철화, 국도위험구간은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 권역별 초광역협력 추진현황.

이와 함께 정부는 수도권-비수도권 상생발전을 위해 지역이 주도하는 ‘초광역협력’을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새로운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해 10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범정부 종합대책인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부울경, 충청권,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지역 주도의 초광역협력이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세부과제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및 국토기본법에 초광역권의 정의, 초광역권 발전계획 및 초광역권 계획 수립, 협력사업 추진 근거 등을 신설했다. 또 지역 주도로 수립한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의 계획을 상호 연계하기로 했다. 전 주기에 걸친 재정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부처 간 협력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범정부 초광역 지원협의회’와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지역인재가 지역에 취업하고 정주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공간, 산업, 사람 등 분야별 초광역협력 지원정책도 마련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시 및 혁신도시 안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 강원지역을 마지막으로 혁신도시 10개의 조성을 완공했으며 2019년말 한국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충북 혁신도시 이전을 마지막으로 이전대상 공공기관 153개도 이전을 완료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마무리됨에 따라 혁신도시를 지역의 신성장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2018년부터 ‘혁신도시 시즌2’를 추진 중이다.

그 결과 2017년에 412개이던 입주기업이 2020년 1663개로 4배 이상 늘어났으며 지역인재 채용률도 2017년말 13.9%에서 2020년에는 28.6%로 대폭 증가했다. 혁신도시 주민의 정주여건도 개선돼 만족도 조사결과는 2017년 52.4%에서 2020년 68.1%로 향상됐으며 가족동반 이주율도 58.1%에서 65.5%로 높아졌다.

▲ 2021년 4월 29일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준공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청와대)

상생형 지역일자리=문재인정부는 지속가능한 새로운 지역일자리 모델의 발굴·확산에도 나서고 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2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보조금·자금 지원, 세제지원, 국·공유지 임대료 감면, 도로·용수 등 인프라 구축, 정주여건·근로환경 개선 등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확산방안을 발표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는 근로자·기업·지역주민·지방자치단체 등 지역 경제주체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 요소를 발굴하고 이를 기초로 신규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사업이다. 상생형 지역일자리의 국내 원조는 ‘광주형 일자리’다. 지역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광주시가 지난 2014년 제안한 모델로 더뎠던 진행은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본격화됐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은 비수도권 지역의 노·사·민·정 간 연대와 협력에 기초해 각 주체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한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된다. 현재까지 광주(경형SUV)를 비롯해, 밀양(뿌리산업), 대구(자동차부품), 구미(이차전지), 횡성(전기화물차), 군산(전기차), 부산(전기차부품), 신안(해상풍력), 대구(AI로봇 모빌리티) 등 9개 지역에서 협약이 체결됐다. 이후 협약을 맺은 지자체가 사업계획을 구체화해 정부에 신청하면 정부는 타당성 평가와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선정한다.

정부는 상생형 일자리의 전국적인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9년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지원 대책을 마련했으며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개정해 상생형 지역일자리 선정·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만들었다. 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전담 조직인 ‘상생형 지역일자리 지원센터’를 신설해 관계부처와 함께 신규 모델 발굴 및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 4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결실로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이 준공했다.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지어진 것은 23년 만의 일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첫 양산차인 ‘캐스퍼(경형SUV)’는 사전 예약 첫날 1만 9000대가 넘게 신청돼 현대차의 내연기관차 사전예약 사상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광주형 일자리는 고용 인원 중 93%(505명 중 470명)를 지역인재로 채용하여 지역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런가하면 2019년 10월 출범한 군산형 일자리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함께 참여한 최초의 상생협약 사례로 주목받았다. 2017년 현대조선소 가동중단, 2018년 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군산경제의 부활을 위해 노사민정이 뜻을 모았다. 사업기간 3년 동안 3528억원을 투자해 1106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자치분권 및 재정분권=문재인정부는 자치분권에 있어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획기적 성과를 거뒀다.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을 전부 개정해 자치분권의 제도적 기반을 확고히 했다. 지방자치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 참여권 신설, ‘주민조례발안법’ 제정, 주민참여예산제도 확대 등 지자체의 정책 과정 전반에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혔다. 또 자치단체가 커진 권한과 재정을 지역 특성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인사·조직· 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넓히고 지방재정정보공개 확대 등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에는 ‘지방일괄이양법’을 제정·시행해 중앙부처가 맡았던 400개 사무를 한번에 지자체 소관으로 넘겼다. 중앙의 행정권한과 사무 등을 포괄적으로 넘겨받은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행정과 즉각적인 주민수요 대응이 가능해졌다. 

주민이 요구하는 행정서비스를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정 확충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1단계 재정분권’을 통해 납세자인 국민의 부담은 증가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연간 약 8조 5000억원의 재원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전했다. 정부는 국회, 자치단체와 지속 협의해 2021년 7월에는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간 총 5조 3000억원 규모의 재원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추가 이전될 예정이다. 또 낙후지역의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2022년부터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새롭게 도입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인 지방의회가 주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했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할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치경찰제도 도입했다. 지역 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교통안전, 가정·학교·성폭력 예방 등 경찰 사무를 각 시·도지사 소속 시· 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도록 한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2021년 7월 1일부터 전국에서 전면시행됐다. 대통령 주재 하에 시·도지사와 주요 중앙행정기관장 등이 모여 지방자치 관련 정책을 논의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올해 1월부터 운영된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던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담회를 제도화해 지방자치 현안을 활발히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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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