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진 대한민국…이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은 이제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 수출 6위 무역 강국으로 성장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처음으로 G7을 추월했다. G7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대될 만큼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는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자립하는 역전의 기회로 바꿨고, 일본을 넘어 세계로, 소재·부품·장비 강국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문화는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세계를 선도하는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만장일치로 결정했듯이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된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2019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으로 향하는 핵심 소재의 수출을 막았다. 우리 대법원이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부당한 보복성 조치였다. 7월 1일 수출규제 계획을 발표하고, 사흘 뒤에는 3개 품목(불화수소·EUV용 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의 수출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소재들이었다. 이어 일본은 8월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제조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제대로 키워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소부장은 반도체 등 다른 제품을 생산할 때 꼭 필요한 재료와 설비를 만드는 산업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정부는 ‘K-소부장’ 육성 대책을 내놓아 맞대응했다.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100대 품목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내부화·다변화하고, 기업 맞춤형 실증·양산 시험장을 확충했으며, 소재·부품·장비 특별조치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강력한 추진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100대 핵심 전략품목 중 수급 위험이 크고 공급 안정이 시급한 20대 품목을 따로 분류했다. 이 품목들에 대해서는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추가경정예산 자금을 투입해 핵심기술 확보를 추진하는 등 빠른 공급 안정을 꾀했다. 나머지 80대 품목에도 중장기적·전략적 기술개발을 위해 대규모의 예산을 투자하고, 과감한 연구개발(R&D) 방식을 도입했다. 

이처럼 급작스럽게 찾아온 위기는 오히려 자립의 기회가 됐다. 우리 소부장 기업들은 단 한 건의 생산 차질도 없이 제품을 공급했고, 국내 소부장 산업의 일본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다. 

불화수소는 수출규제 이후 국내 생산량이 늘어 일본을 통한 수입액이 크게 줄었다. EUV포토레지스트는 글로벌 기업 듀폰으로부터 대규모의 생산시설을 유치했고, 불화폴리이미드는 양산설비를 구축해 이제는 해외 기업에 수출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7월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 소재·부품·장비 관계자들과 ‘으라차차 소부장’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일본의 수출규제를 극복하는 데는 ‘연대’가 중요했다. 소부장 산업에서 공급기업은 단기간에 기술을 쌓기 어렵고, 수요기업은 기술 신뢰도와 안정성을 따지다 보니 공급처를 쉽게 바꿀 수 없었다. 정부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연대와 협력의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수요-공급기업 협력모델’을 발굴해 투자를 유치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공급기업의 연구개발(R&D)부터 수요기업의 생산단계까지 소부장 산업의 모든 생산 주기에 걸쳐 지원했다.  

변화의 고삐도 놓치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관리 대상을 기존 대(對)일본 100대 품목에서 글로벌 차원의 338개 품목으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협력모델도 추가 발굴해 지원했고 소부장 으뜸기업과 특화단지를 선정하기도 했다. 모두 소부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다. 

소부장 위기를 통해 우리는 기존과 다른 문제해결 방식을 국가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한 계기가 됐다. 개별 부처 단위가 아닌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문제 해결로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수 있었고, 효과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뤄낼 수 있었다. 

◆G7과 나란히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5868억 달러,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6위·수입 9위의 무역 강국,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수식하는 지표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된 땅에서 불굴의 의지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1996년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번째 회원국이 됐다. 2008년에는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정상회의에 참여한데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대돼 국제적 위상을 높여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올해 7월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이동한 사례는 1964년 UNCTAD 설립 이후 6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 2018년 국민총소득(GNI) 3만1349달러로 2006년 2만 달러 돌파 이후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30-50클럽에 가입했다. 이는 세계 7번째이며 식민지배를 경험한 국가로는 최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주요 선진국보다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1497달러로 처음으로 G7 국가인 이탈리아(3만1288달러)를 추월했다. 경제순위도 러시아와 브라질을 제치고 세계 톱10에 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효과적이고 신속히 대응하면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한데 따른 것이다. 



세계10위 경제대국 한국은 이제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11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고, 역대 최단기간 내 5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올해 무역 1조 달러와 사상 최고의 수출 규모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992억 달러로, 2019년(939억 달러)보다 5.6% 증가하면서 역대 2위라는 수출 기록을 세웠다. 조선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 1924만CGT 중 한국은 819만CGT(42.6%)를 수주해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경제·사회구조 전환과 산업혁신에도 속도를 내면서 올해 6월 EU의 혁신지수 평가에서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유럽의 글로벌 경쟁국 10개국 중에서 9년 연속으로 우리나라가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 혁신성장의 인프라로 꼽히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같은 해 5G스마트폰 세계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정보통신(IT) 강국’ 답게 지난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실시한 ‘디지털정부평가’에서는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의 디지털정부 전환을 대한민국이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쾌거다.

‘위기에 강한 나라 한국’의 진면목은 각종 경제지표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4587억 달러로, 전 세계 8위 수준이며,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도 역대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정부가 13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금리로 성공적으로 발행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소프트파워 강국=이탈리아 시사 주간지 ‘파노라마’는 지난 3월 31일 한류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한류가 파도처럼 온 세계를 덮는 데 성공했으며 한국은 이제 자동차·첨단기술뿐 아니라 문화, 라이프 스타일, 패션 브랜드까지 수출하는 나라라고 분석했다. 

그도그럴것이 BTS·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이 세계적 인기를 얻었고,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상을 석권하며 K시네마의 대표 주자가 됐다. 한국 드라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웹툰은 지식재산(IP) 확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시장의 킬러콘텐츠가 됐다고 자부할 만하다. 

한류의 영향력 덕분에 최근에는 한복, 한식 등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억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한류 동호회원들에게 한국은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됐다. 소프트파워 강국이 된 한국의 성공에는 민간의 창의적 역량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맞아떨어졌다. 

문재인정부는 미래 먹거리인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종합적인 산업 육성전략을 세 차례 발표하고, 영화·게임·만화(웹툰)·애니메이션 등 개별 분야별 진흥계획도 발표했다.



불안정한 수입과 고용 탓에 예술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창작자를 위해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코로나19 피해 예술인을 위한 긴급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민간 공연단체 연습공간과 시각예술 전시공간 기업육성센터 등을 만들어 문화예술인이 연습·전시할 장소를 제공했다.

문화콘텐츠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제작·유통환경을 만들기 위한 장치도 강화했다. 게임·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문화, 경제, 평화, 안전,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역대 최대 규모 선수가 참가(올림픽 92개국 2891명, 패럴림픽 49개국 567명)했고, 입장권 판매와 후원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올림픽 과정에서 남북 간 대화의 계기도 마련됐다. 남북 선수단이 개폐회식에 공동입장했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올림픽 기간 중 한류·전통문화·첨단기술이 어우러진 문화 프로그램을 1800여 회 운영해 소프트파워 강국의 입지를 다졌다.
 
이처럼 소프트파워 강국이 되기 위한 민간의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이 어우러지면서 우리 콘텐츠산업은 외형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도약했다.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2016년 106조 1000억 원에서 2019년 126조 7000억 원으로 19.4%, 해외수출액은 같은 기간 60억 1000만 달러에서 101억 9000만 달러로 69.6% 증가해 세계 콘텐츠시장에서 7위를 차지했다. 저작권산업 수출액은 2020년 약 110억 달러를 기록해 100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소프트파워 덕에 한국은 매력적인 관광목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2019년에는 외래관광객 1750만 명이 우리나라를 찾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지면서 향후 국제관광이 재개되면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 수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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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