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했다. 불안한 세계 경제 속 한국의 높은 신뢰도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7일 오전 약 13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외평채는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5억 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 유로로 나누어 발행(dual tranche)됐다.
발행금리는 10년물 달러채의 경우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에 25bp(1bp=0.01%포인트)를 더한 1.769%, 5년물 유로채의 경우 5년물 유로 미드스왑에 13bp를 더한 -0.053%다.
달러화 외평채는 지난해 최저 50bp에서 이번에 25bp로 낮아졌고, 유로화 외평채 가산금리도 지난해 35bp에서 13bp로 축소돼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달러화 외평채 가산금리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유사 잔존만기 외평채의 유통 가산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2030년 만기(9년물) 달러화 외평채 유통금리를 고려할 때 10년물 유통 가산금리는 약 28bp이다.
가산금리 축소에 따라 최근 지표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발행금리(지표금리+가산금리)는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유로화 표시 외평채의 발행금리는 –0.053%로, 지난해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 발행에 성공했다.
또한 해외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발행됐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국내에서 비대면 컨퍼런스콜 형식으로 진행된 투자자 설명회에는 50여개 해외투자기관이 참여했고, 윤태식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같은 기간 중 OECD 각료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파리 현지에서 유럽 주요 자산운용사를 직접 만나 설명하기도 했다. 최종 유효주문은 달러채권이 발행액의 4배, 유로채권은 6배였다.
이와 함께, 아시아 정부 최초로 유로화 녹색채권(Green bond)도 발행했다. 녹색채권은 발행 자금이 신재생 에너지 등 녹색프로젝트에 투자되는 채권인데, 녹색채권의 본산인 유럽 시장에서 발행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 낸 것이 성공적인 발행의 원동력이 됐다.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에 대해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견고한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외평채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신흥국 부채 리스크 등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임에도 역대 최저 가산금리를 달성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탈, 팬데믹 이후 회복 성과, 미래대비 정책 등에 대해 해외투자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자금조달 비용을 감축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외평채 금리는 우리나라 민간부문이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벤치마크(준거금리) 역할을 하므로, 향후 국내기업·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금리도 함께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로화 녹색채권 발행은 국내 기관들의 해외조달 통화 다변화, ESG시장 활용 확대 등을 위한 선행 사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성과를 해외투자자와 공유하고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팬데믹 이후 주요국 대비 빠르고 강한 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우리의 팬데믹 대응과 포스트코로나 선도형 경제 도약을 위한 전략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2050 등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아시아 국가 중 최초의 유로화 녹색채권 발행 등 이번 외평채 발행이 글로벌 그린 경제 확산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기재부는 외평채의 준안전자산 역할 가능성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투자자 구성이 유형·지역별로 다양화되는 가운데, 특히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우량 투자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함께, 외환보유액을 추가 확충함으로써 위기방지 역량을 강화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향후 선진국발 금융시장 불안, 신흥국발 위기 등 대외 충격 때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국제금융협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발행한 유로화 녹색채권 외평채는 우리나라 국채로는 처음으로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될 예정이다.
이는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향후 한-영 금융협력 강화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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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